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무부 장관에 미국 원주민 출신인 뎁 할랜드 하원의원을 내정했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원주민 출신 장관 내정일 뿐 아니라, 비원주민 출신이 내무장관을 맡아온 관행을 깨는 ‘파격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당선자는 17일(현지시간) 내무장관으로 뉴멕시코주의 뎁 할랜드 하원의원을 지명했다고 AP통신·워싱턴포스트·뉴욕타임스 등이 보도했다. 할랜드 의원이 상원 인준을 거치면 내무장관으로서 전국 574개 원주민 정책과 국립공원·멸종위기종 서식지 등 200만㎢에 달하는 공공토지 정책을 담당하게 된다.
라구나 푸에블로족 출신인 할랜드 의원은 1960년 애리조나주 윈슬로에서 태어나 뉴멕시코 대학과 로스쿨을 졸업했다. 1994년 대학 졸업 직후 딸을 낳아 혼자 키웠는데, ‘홈리스’여서 친구들의 집을 전전했고 저소득층 영양지원 정책인 ‘푸드 스탬프’에 의존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할랜드 의원은 2012년 버락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원주민 표를 조직했다. 2018년 뉴멕시코주에서 하원의원 선거에 당선돼 미 의회에 최초 입성한 원주민 두 명 중 한 명이 됐다.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을 비판해왔던 그는 2019년 1월 취임식에서 푸에블로족 전통 드레스, 목걸이, 부츠를 착용해 눈길을 끌었다.
2016년엔 미 중서부를 가로지르는 대형 파이프라인 건설에 반대하는 원주민들의 시위를 지지했다. 할랜드 의원은 원주민들이 파이프 건설로 물이 부족해지고 고대 문화유적지가 파괴될 것이라면서 반대 농성을 벌이자, 농성장을 찾아 시위대를 위한 요리를 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전했다. 2018년 의원직 당선 후에도 내무부를 감독하는 미 하원 천연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석유·가스 시추 확대 정책을 비판했다.
AP통신은 이번 지명이 비원주민계가 내무장관을 맡아온 245년의 전통을 깼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할랜드 의원이 “190만 원주민 복지에 가장 책임 있는 연방기관이자 오랫동안 원주민 학대의 중심에 있던 곳을 이끌게 됐다”면서 “역사적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는 할랜드 의원이 취임하면 화석연료 시추·벌목을 확대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역사상 내무부는 인디언 토벌·백인 동화 정책을 추진해온 주무 부처였다. 내무부는 국립공원관리국 관할하에 ‘공원 경찰관 제도’를 두고 있는데, 공원 경찰의 전신이 인디언 토벌 작전을 펼친 백인 기병대로 전해진다. AP통신은 내무부가 최근까지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고, 원주민들이 백인 문화에 동화하도록 유도해왔다고 했다.
미국 내 원주민단체와 민주당 진보파·환경운동 그룹이 할랜드 의원 인선을 지지했다. 전국 원주민 부족들의 권리단체인 ‘아메리칸 인디언 전국회의’는 첫 번째 아메리카 원주민을 내무장관으로 임명하기 위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미국 환경운동가 빌 맥키븐은 이날 트위터에 “할랜드 내무장관은 미국 역사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당선자는 이날 환경보호청(EPA) 청장으로 마이클 리건 노스캐롤라이나주 환경품질부 장관을 지명했다. 리건 역시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면 최초의 흑인 청장이 된다.
1998~2008년까지 환경보호청에서 일한 리건 장관은 2017년 노스캐롤라이나주 환경품질부 장관으로 취임한 후 지역 화학공장들과 케이프피어 강을 정화하는 협상을 주도했다. 지난 1월 정유소·공장·고속도로에서 나오는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저소득층과 소수인종을 돕기 위한 위원회를 발족시키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리건은 기후변화와 싸우고 녹색 에너지를 포용하겠다는 바이든의 약속 실현에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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