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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바이든 고향에 트럼프 바람?…대선 심상찮다 - 노컷뉴스

sampahdiberitain.blogspot.com 2016년 대선전(前) 도널드 트럼프 후보 당선을 예측했던 '파이브써티에잇'은 올해 대선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결정 날 거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펜실베이니아는 공교롭게도 조 바이든 후보의 고향이기도 하다. 펜실베이니아의 표심은 어떨까? 바이든이 10살때 까지 살았던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Scranton)의 민심을 긴급 점검해봤다. [편집자 주]

펜실베니아주 스크랜턴시 초입의 입간판. '전기도시(The Electric City)'라는 수식어가 보인다. 입간판 앞 트럼프 지지 푯말도 눈에 들어온다.(사진=권민철 특파원)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4시간을 운전해 30일(현지시간) 도착한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은 마치 우리나라의 강원도 정선, 삼척 같은 지역을 연상케 했다.

한 때 탄광 도시로 미국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군림했었지만 지금은 별다른 산업 기반을 갖추지 못한 인구 8만명의 소도시로 활력 잃은 낙후도시의 이미지다.

도시 곳곳에는 영화로웠던 과거의 모습 그대로 낡아 빛바랜 현재의 모습과 혼재된 비현실적 풍경이 자주 목격됐다.

석탄으로 만든 전기를 이용해 미국에서 처음으로 전차를 운행한 도시라고 해서 붙은 '전기 도시(The Electric City)'라는 수식어 역시 폐족의 후예 같은 느낌을 준다.

지금도 전기도시의 흔적은 여기 저기 남아있다.

스크랜턴 시내 풍경. 도시의 전성기를 대변해 주는 고풍스런 건물들도 많은 반면(상), 폐업한지 오래돼 보이는 나이트 클럽 같은 건물들도 즐비하다.(사진=권민철 특파원)
다운타운 부근에 증기 전기차의 발생지 스팀타운(Steamtown)도 그 가운데 하나다.

이 스팀타운에 우리나라 시장에 해당하는 '더 마켓플레이스'가 있어서 그곳부터 방문했다.

무작위로 3명(A,B,C)의 가게 주인에게 지지 후보를 물어봤다.

A는 "11월 3일 바이든을 찍을 것"이라고 명백하게 입장을 밝힌 반면, B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 C는 "지지 후보가 있지만 언론에는 말하고 싶지 않다"고 각각 말했다.

C의 경우는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서 지지후보를 말하면 그 후보를 싫어하는 사람이 우리 가게까지 싫어할 수 있다"며 "미안하다"고 했다.


마켓플레이스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2명의 시민, 입구에 앉아 있던 관리사무소 직원은 모두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이들이 2016년 대선판도를 뒤집어 놓은 '샤이 트럼프(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은 트럼프 지지자)'인지는 알 방법이 없다.

스크랜턴 다운타운인 스팀타운에 있는 '더 마켓플레이스' (사진=권민철 특파원)
다만 이들의 반응들이 2016년 대선 여론 조사가 왜 빗나갔는지 어렴풋이 짐작케 했다.

파이브써티에잇(FiveThirtyEight)처럼 2016년 대선 때 트럼프의 당선을 정확히 맞춘 여론조사 전문가인 아리 캡튼(네덜란드 경제학자), 로버트 카할리(트라팔가 그룹) 역시 최근 미국의 여론조사 방식을 통렬히 비판했다.

그들은 29일 폴리티코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은행 직원에게도 거짓말하고, 의사에게도 거짓말하고, 신부님에게도 거짓말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며 낯선 사람과의 '이상한' 대화에 누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겠냐고 되물었다.

그들은 "22개나 되는 질문을 그것도 전화만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방식은 지금 시대에는 맞지 않다"며 자신들은 응답자들이 시간이 날 때 조사에 응할 수 있도록 이메일, 문자 등의 방법도 조사에 병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30분에 20달러의 사례를 지급함으로써 응답자들이 더 책임감 있게 조사에 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고 덧붙였다.

스크랜턴의 한 햄버거집에서 시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10여명의 손님들 가운데 유색 인종은 보이지 않았다. 스크랜턴이 포함된 라카와나 카운티 인구의 84%가 백인이다. (사진=권민철 특파원)
다시 스크랜턴. 길거리 인터뷰가 쉽지 않다고 느낀 기자는 수소문을 해서 그 곳에 거주중인 한인동포를 찾았다. 그는 다행히도 인터뷰에 응해줬다. 그러나 그 역시 익명을 원했다.

그는 자신은 보수쪽은 아니지만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트럼프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도 바이든이 미덥지 않아 트럼프를 찍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 이야기대로 바이든이 슬리피(sleepy, 졸린), 스크래피(scrappy,허접한)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슬리피 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향해 나이만 많이 든 무기력한 노인이라는 뜻으로 붙인 별명이고, '스크래피'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대선을 앞두고 바이든을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지명하면서 소개한 말이다.

오바마는 당시 바이든에 대해 "불리함을 극복한 스크랜턴 출신의 허접한 소년"이라고 표현했다. 말더듬이로 10대를 보낸 바이든이 자신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마침내 미국의 부통령 후보에 올랐다는 일종의 찬사였지만 이후 바이든 반대자들에겐 역효과를 내고 있다.

그 한인동포는 자신의 의견에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 1명도의 생각도 더했다. 자녀 주변에서는 대부분 남자는 트럼프를, 여자는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했다는 것이다.

한인동포의 소개로 이번에는 백인 개리 스콧(65세)씨를 만났다.

조 바이든 후보 지지자 개리 스콧(사진=권민철 특파원)
군인 출신인 스콧은 바이든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가 바이든을 지지하는 이유는 이랬다.

"트럼프는 거짓말쟁이로 느껴집니다. 특히 나 같은 군인들을 패배자(losers), 봉(suckers)이라고 불렀습니다.(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11월 프랑스 방문 때 2차 대전 전사자들을 그렇게 불렀다는 애틀랜틱의 보도가 9월에 있었다. 트럼프는 관련 보도를 부인했다.) 나는 4년 전에는 트럼프를 찍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그는 나라를 분열시켰어요. 바이든은 늙었고, 대통령을 잘할지 확신이 들지는 않지만 그가 현재로선 유일한 대안입니다."

결국 바이든이 적임자는 아니지만 트럼프가 싫어서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는 트럼프가 나라뿐 아니라 지역과 가족까지도 분열시키고 있다며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털어놨다.

"아내는 트럼프 지지자입니다. 그에 반해 저희 딸 3명은 바이든 지지자입니다. 한 딸이 아내에게 그러더군요. '엄마, 트럼프를 찍으면 더 이상 손자를 못 볼 줄 알라'고. 딸이 그냥 농담한 거긴 하지만요 이런 갈등이 다른 집에서도 많이 있을 거예요."

껄껄껄 웃으면서 한 이야기였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짐짓 걱정하는 표정도 엿보였다.

스콧은 이날 매우 조심스러워보였다. 자신의 판단이 옳은지 확인받고 싶어 했다.

기자에게도 오히려 외국인들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판단이 궁금하다면서 기자에게 "당신은 트럼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또 자기의 경험을 들어 '샤이 트럼프'가 아닌 오히려 '샤이 바이든'이 주변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주장이 워낙 강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 조사에서는 바이든 지지가 훨씬 많다고 하지 않느냐'고 기자가 다시 물었다. 그가 말을 받았다.

"스크랜턴의 여론은 잘 모르겠어요. 이 도시는 기본적으로 민주당 도시입니다. 카운티도 민주당이고요. 이들 지역조차도 한번 둘러보면 트럼프 지지하는 표지판이 많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놀라운 일이죠. 하지만 긍정적인 것은 유권자들이 과거 보다 사전 투표를 많이 했다는 사실입니다. 정치에 그만큼 관심이 많아진 것이죠. 다만 펜실베이니아주는 사전 투표를 본 선거가 끝난 뒤에 개표하기 때문에 승패여부는 1,2주 뒤에 나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펜실베이니아가 이번 선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후보들도 이곳을 집중 유세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바이든은 이곳에서 태어났습니다. 그가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내가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의 말대로 스크랜턴은 민주당의 기반이다. 광산산업이 발달한 지역답게 노동조합도 활발했다.

때문에 2016년에도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트럼프가 이겼지만 스크랜턴이 포함된 라카와나 카운티에서 만큼은 힐러리 표가 더 많았다.

스콧과의 인터뷰가 끝나고 그가 말한 지역들을 둘러봤다. 그의 말대로 트럼프 지지 푯말이 꽤 많았다. 스크랜턴 외곽으로 갈수록 트럼프지지 푯말이 바이든 지지 푯말 보다 더 많은 곳도 있었다.

맨 왼쪽 가옥이 조 바이든 후보가 10살 때 까지 살았던 생가다.(사진=권민철 특파원)
바이든의 생가로 가는 길목에도 트럼프 지지 푯말이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왔다.

바이든 생가는 스크랜턴 다운타운의 서쪽에 자리하고 있다.

주택가의 평범한 2층 집인 이곳은 올 8월 대통령 후보를 뽑는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전당대회 당시 각 주별 지명 후보를 공개하는 순서 때 펜실베이니아 대표가 바로 바이든 생가 앞에서 "펜실베이니아주는 바이든 후보를 지명한다"고 밝혔었다.

바이든 생가와 멀지 않은 주택가에서 이번에는 트럼프 지지자인 백인 남성 짐 클로벤스키 씨를 만났다.

스크랜턴을 포함한 라카와나 카운티의 인구 구성이 백인이 84%, 라티노 8%, 흑인 4%로 돼 있는 만큼 백인의 여론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클로벤스키는 바이든과 트럼프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트럼프 시대에 주식은 날마다 고공행진이지, 일자리는 쏟아지고 있지, 미국에서 이런 호경기가 언제 있었냐고 했다.

반면 바이든은 수십년간 정치를 하면서 심지어 자신의 고향을 위해서도 한 게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휘발유 값이 지금의 1갤런당 2.51달러에서 훨씬 비싸질 거라며 국민들을 힘들게 할 뿐이라고 장담했다.(바이든은 기후변화에 대비한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또 트럼프가 일찍이 학창시절부터 운동팀을 이끌며 지도자 수업을 했고, 명문인 와튼스쿨을 졸업한 수재인 반면 바이든이 똑똑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그저 그런 사람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짐 클로벤스키(사진=권민철 특파원)
두 사람의 됨됨이는 자녀들 대에서도 증명된다고 했다.

"트럼프의 자녀들을 보세요. 아버지를 닮아서 전부 똑똑하죠. 이방카는 아마 아버지 다음에 대통령에 돼도 손색이 없어요. 그런데 바이든의 아들을 보세요. 마약 복용자에 형수를 자기 여자로 삼은 사람이잖아요."

그는 이런 것 외에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정치적인 논란은 자신은 관심 없다고 했다. 그것은 정치인이라면 누구든 따라다니는 가십거리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트럼프 추종자인데도 그의 집에는 그 흔한 트럼프 지지 푯말이 붙어있지 않아서 이유를 물어봤다.

"미국은 자유 국가죠. 붙이고 싶으면 붙이고 그렇지 않고 싶으면 안하면 돼요. 바이든 지지하는 사람들도 그럴 권리가 있어요. 그리고 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서 바이든 지지하는 고객도 많아요. 그들 때문에라도 붙일 수는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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