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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물자 주면 뭐하나···공항 방치한 인도, 그사이 2만명 사망 - 중앙일보 - 중앙일보

국제사회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인도를 돕기 위해 긴급 의료 물자를 보냈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공급되지 못한 채 공항 격납고에 방치됐다고 미 경제매체 쿼츠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사이 인도에서는 하루 평균 3000명 이상이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다.
 

관료주의에 물자 전달 지연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가지아바드의 한 예배당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산소 공급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가지아바드의 한 예배당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산소 공급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주 인도 뉴델리 인디라 간디 국제공항에는 미국과 유럽 등 40여 개국에서 보낸 산소와 의약품 등이 속속 도착했다. 공항 측에 따르면 지난 5일 동안 25편의 항공기가 300t이 넘는 코로나19 긴급 구호 물품을 싣고 인도로 날아왔다. 구호 물품은 의료용 산소발생기 5500대, 산소 실린더 3200개, 항바이러스제인 렘데시비르 13만6000개 등으로,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시급한 물품들이다. 
지난 1일 독일 퀼른 공항에서 인도행 항공기에 실릴 코로나19 긴급 의료 지원품이 옮겨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 1일 독일 퀼른 공항에서 인도행 항공기에 실릴 코로나19 긴급 의료 지원품이 옮겨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런데 정작 인도 정부의 물자 배포 계획은 감감무소식이다. 각 주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인도 외무부에는 “언제쯤 물자를 받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공항 측은 지난 3일 “코로나19 관련 의료 지원 물품이 국내 목적지로 발송된 기록이 없다”고 확인했다. 전 세계에서 온 의료 물자가 일주일 동안 국제공항 격납고에 쌓여 있었다는 이야기다. 라구 샤르마 라자스탄주 보건장관은 “주 정부가 대외 원조 물품과 관련한 정보, 공급 상황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며 투명한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배포 절차’ 만드는데만 일주일

주 정부의 항의가 이어지자 인도 보건부는 지난 4일 긴급 의료 물자 배포를 위한 ‘표준운영절차’ 지침을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쿼츠와 CNN 등 미 언론은 이마저도 ‘지침 마련’ 수준으로 구체적인 공급은 준비 단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도 정부의 불필요한 관료주의가 의료 물자 공급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5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사람들이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의료용 산소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뉴델리에서 사람들이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의료용 산소를 받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이 지침이 마련되기까지 일주일이 걸렸다. 지난달 26일 시작된 논의는 2일에서야 마무리됐다. 분배 시스템을 논의하는 동안 의료 물자들은 공항 격납고에 방치됐고, 현장에서는 2만3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CNN은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는 공급이 시작되더라도 절차가 복잡하다는 점이다. 인도 정부는 해외에서 들어온 물자를 인도 적십자에 인계하고 있다. 적십자사가 세관과 협력해 물품을 승인하면 정부가 지정한 운송 업체 HLL 라이프 케어가 운송을 시작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단계별 승인 절차가 엄격해 시간이 지체되고 있다는 게 미 언론의 설명이다. 정부는 전달받은 물품이 실제와 달라 확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적십자사와 HLL라이프케어는 각각 목록과 실제 물품을 일일이 대조하고 있다. 한정된 인력으로 수많은 물량을 확인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된다는 것이다. 세관 측은 “해외에서 도착한 의료 물자를 우선으로 24시간동안 모든 인력을 투입해 검사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CNN은 “인도 정부의 불필요한 관료주의가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평가했다.   
 
인도 수도 뉴델리에 임시로 마련된 노천 화장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화장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수도 뉴델리에 임시로 마련된 노천 화장장에서 코로나19 사망자들의 화장이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다행히도 인도 정부는 이번 주부터 의료용 산소를 급행열차를 통해 각 지역으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세관 당국에 따르면 지난 4일 인도 타밀나두주 주도 첸나이와 뭄바이에 각각 산소발생기 450개, 350개가 전달됐다. 인도 정부는 앞으로 환자가 많은 주와 지역 의료 거점인 주에 우선적으로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물자를 운반할 도로와 철도, 운전자 등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공급 지연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의료 물자 공급이 지연되는 사이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세는 계속되고 있다. 인도 보건당국에 따르면 6일 오전 기준 신규 일일 확진자 수가 41만2000여 명으로 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루 사망자 수도 3980명으로 또 최고치를 넘어섰다. 최근 9일간 하루 사망자 수는 3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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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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