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두바이 왕과 하야 빈트 알후세인 요르단 공주가 2008년 6월 19일 영국 버크셔주 애스콧 경마장에서 열린 영국 왕실 주최 경마대회 ‘로얄 애스콧’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두 사람은 2019년 이혼했다. |AFP연합뉴스
이혼한 부인과 양육권 소송 중인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두바이 왕 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총리(72)가 전 부인과 주변인들의 휴대전화를 이스라엘의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로 해킹했다는 영국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영국 고등법원은 무함마드 왕이 전 부인인 하야 빈트 알후세인 요르단 공주(47)를 “지속적으로 협박하고 위협하기 위해 휴대전화 해킹을 승인하거나 묵인했다”면서 두 자녀의 양육권은 하야에게 있다고 판결했다고 BBC방송 등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고등법원은 두바이 왕실이 하야 공주뿐 아니라 그의 변호사와 경호원 등 6명의 휴대전화도 해킹했다고 밝혔다. 해킹에는 이스라엘 보안업체 NSO그룹이 개발한 스파이웨어 페가수스가 쓰였다. 페가수스는 휴대전화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고, 연락처 목록에 접근하거나 통화를 도청하고, 원격으로 사진도 찍을 수 있다. 하야의 휴대전화에서는 24시간 분량의 음성 데이터가 해킹되기도 했다.
무함마드 왕의 측근들이 영국 런던 서쪽 버크셔에 망명 중인 하야의 집 바로 옆집을 3000만파운드(약 485억원)에 사들이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야 공주는 법원 변론에서 “항상 쫓기는 기분”이라며 “숨을 쉴 수 없다”고 말했다.
하야 공주는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의 이복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2004년 무함마드 왕의 6번째 부인이 됐다. 그러나 부인과 딸들을 지나치게 통제하려는 무함마드 왕의 태도로 마찰을 빚어왔다. 특히 무함마드 왕이 다른 부인과의 사이에서 난 딸 샴샤와 라티파 공주를 납치, 감금한 일로 두 사람의 관계가 나빠졌다. 2019년 이혼 통보를 받은 뒤에는 곧바로 13살, 9살 난 두 자녀와 함께 영국으로 도피해 양육권 소송을 벌여왔다.
영국 고등법원은 무함마드 왕의 해킹 행위가 “영국 형법의 상습적 위반이자 심각한 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무함마드 왕은 성명을 통해 “이번 판결은 나에게 공개되지 않은 증거에 기초했기에 불공정하다”면서 불복할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산 해킹 프로그램의 인권침해 문제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NSO그룹은 페가수스는 개인이 아닌 외국 정부에만 판매하고 테러리스트 검거 용도로만 쓰인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7월 페가수스가 전 세계 지도자, 인권활동가, 비판적 언론인 등 테러와 무관한 사람들에 대한 감시 용도로 쓰여 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알자지라는 “국제기관과 강대국들은 강력한 감시 산업을 견제하도록 이스라엘에 압력을 가하거나, 이스라엘 기술 회사에 대해 직접 법적 조치를 취하는 데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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