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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홍수' 히말라야의 경고... "기후변화가 참사 불렀다" - 한국일보

전문가들 "빙하 붕괴 결국 인재"
취약지역 난개발도 참사 부채질

8일 인도-티베트 국경경찰 대원들이 빙하로 무너져내린 우타라칸트주 타포반 댐 인근에서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우타라칸트=AFP 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인도에서 발생한 ‘히말라야 빙하 홍수’ 사태가 예견된 인재(人災)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여전히 수백명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사고의 심각성을 떠나 드문 자연재해를 유발한 원인이 난개발과 지구온난화 등 인간의 이기가 빚어낸 또 한 번의 참사라는 것이다.

8일 인도 현지 매체에 따르면 전날 북부 우타라칸드주(州) 히말라야산맥 난다데비산(해발 7,817m)에서 일어난 홍수 사태로 지금까지 18명의 희생자가 나왔다. 200여명은 실종 상태다. 인도-티베트 국경 경찰 대변인은 “구조대원들이 (댐 건설) 노동자 30여명이 갇힌 것으로 추정되는 2.5㎞ 터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도 당국은 최대 관심사인 사고 원인에 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아직 붕괴된 빙하 덩어리가 어떻게 급류를 형성해 인명 피해를 냈는지 인과 관계를 설명할 근거가 부족한 탓이다. 일단 빙하지대에 형성 과정을 모르는 큰 물웅덩이가 생긴 뒤 수위가 높아지고 지반이 약해지면서 엄청난 양의 물이 한꺼번에 밀려 내려갔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과학적인 사고 입증과 별개로 빙하 붕괴의 근본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다는 데 이견이 없는 듯하다. 따뜻해진 날씨로 무너져 내린 히말라야 빙하가 댐을 강타하고 급류가 마을을 휩쓸면서, 이른바 ‘쓰나미’를 유발했다는 논리다.

경고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19년 세계 각국 연구자 350명이 내놓은 ‘힌두쿠시 히말라야 평가’ 보고서를 보면, 지구온난화가 지금 속도대로 진행될 경우 2100년쯤엔 히말라야 산맥 빙하의 3분의2가 녹을 것이란 지적이 담겼다. 2년 후 사태의 ‘사전 경고’였던 셈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 소속된 안잘 프라카쉬 인도 하이데라바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일간 트리뷴인디아에 “기후변화 사건과 놀라우리만치 유사하다”며 “온난화로 히말라야 지역의 기온 변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카쉬 교수는 세계 온도가 1.5도 오르는 동안 히말라야 지역은 평균 1.8도, 최대 2.2도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히말라야 고산지대가 기후변화에 특히 취약하다는 의미다. 인도과학원(IISc)의 빙하학자 아닐 쿨카르니 교수 역시 힌두스탄타임스에 “기후변화가 빙하에 미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진단했다.

8일 인도 우타라칸드주 북부 루드라프라야그의 알라칸다 강 하류에서 구조대원들이 시신 수색 준비를 하고 있다. 루드라프라야그=AP 뉴시스

여기에 난개발까지 더해져 참사를 한층 부채질했다. 우타라칸드주는 2013년 6월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히말라야 쓰나미’로 불리는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했고 6,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때문에 발전소나 댐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인도 정부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실제 이번에 생긴 급류는 댐 인근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두 곳을 파괴하면서 피해 규모를 키웠다.

우마 바티 전 인도 수자원장관은 “재임 시절 히말라야는 매우 민감한 지역이라 발전소를 건설해선 안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현지 환경운동가 아닐 조시 역시 “피해를 입은 댐들은 난다데비산 빙하로부터 불과 몇 마일밖에 떨어져있지 않다”며 “정부가 왜 그렇게 빙하에 가깝게 발전소를 지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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