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인 웨이보에서 세 자녀 출산 허용 소식을 전한 신화통신 보도에 30만건이 넘는 댓글이 달려 있다. 웨이보 캡쳐
“우리 부모 세대는 자식들을 위해 살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해 산다.”
중국 산시성 시안(西安)에 사는 한 30대 여성은 “세 자녀 허용 소식을 듣고 동료들과 정부가 모든 아이에게 아파트와 학위로 보상하지 않으면 그 정책은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 농담을 했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광둥성에 사는 30대 남성 왕모씨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산아제한 완화가 전혀 효과적일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이를 키우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요즘 중국에서는 두 명 이상 아이를 가지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이 인구 감소 위기 속에서 산아제한 추가 완화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그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젊은 세대의 인식이 달라졌고, 주거와 양육 비용 등에 대한 부담이 큰 상황에서 산아제한을 완화하는 것만으로는 출생률 증가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란 반응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지난 31일 당 총서기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주재한 회의에서 한 부부가 낳을 수 있는 자녀 수를 3명까지 허용하는 산아제한 완화 정책을 결정했다. 30년 넘게 유지했던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2016년부터 두 자녀 정책을 시행했지만, 출생률이 오르지 않자 다시 한번 산아제한 정책에 큰 변화를 준 것이다. 이를 두고 중국이 1979년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처음 도입한 산아제한을 사실상 폐지하는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3자녀 출산 허용 소식은 발표와 동시에 중국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대표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에서는 ‘세 자녀 정책이 왔다’는 해시태그가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고, 신화통신의 관련 보도 기사에는 반나절만에 30만건이 넘는 댓글이 달렸다. SNS 상에서는 국가 정책을 지지한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출산과 육아, 교육 등에 대한 부담을 들어 산아제한 완화 효과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반응들이 적지 않았다. “근본적 문제는 출산이 아니라 교육과 주택, 취업 등의 종합적 문제”라거나 “소득이 올라가지 않으면 셋은 커녕 하나도 낳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다”는 등의 반응이었다.
전문가들 반응도 마찬가지다. 댄 왕 중국 항셍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자녀 정책이 출생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당국이 기대한 만큼은 아닐 것”이라며 “2자녀 정책을 시행했을 때도 곧바로 출산율이 올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정책의 영향이 사라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그는 또 “주거비와 교육비가 많이 드는 것은 물론 여성에 대한 고용보호가 부족한 것도 아이를 갖는 데 큰 경제적 제약”이라며 “대부분 중산층 가정에는 셋째 아이를 갖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높게 느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에서는 두 자녀 정책을 전면 도입한 2016년 신생아 수가 1786만명으로 반짝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지만, 이듬해부터 다시 신생아 수가 감소해 지난해에는 1200만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다.
다만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런 우려들이 정책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오해라고 정책 결정을 두둔했다. 글로벌타임스는 “3자녀 정책은 단순한 출산장려 계획이 아니라 중국의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단계 중 하나”라며 향후 인구 발전을 균형 있게 만들고 고령화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더 많은 사회경제 정책들이 취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두펑(杜鵬) 인민대 교수는 “3자녀 정책은 중국의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많은 인구·사회 정책 변화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그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게 했던 부담을 더욱 줄일 수 있도록 보육시설 확충과 교육평등, 사회자원배분 촉진 같은 체계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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