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탈레반-IS 앙숙관계
화해할 수 없는 권력다툼 시작”
탈레반 ‘美에 개입 말라’ 메시지

탈레반이 20년 만에 다시 손에 넣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그냥 두지 않겠다며 벼르고 나섰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은 2001년 미국에 패퇴한 지 20년 만에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연합군의 철수를 이끌어내며 아프간에서 새 정부 구성을 앞두고 있다. 미국이 13명의 미군 희생자를 낸 이번 테러에 대해 철저한 응징을 천명하고 즉각적인 보복 공습에 나선 가운데 탈레반은 이번 테러 사건을 자신들이 직접 처리하겠다며 IS 대원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외신은 탈레반과 IS 간의 ‘화해할 수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28일 영국 매체 더타임스에 따르면 탈레반 범죄수사 책임자인 마울라위 사이풀라 모하메드는 자살폭탄 테러 당일인 26일 밤 카불 서쪽 지역에서 IS 대원 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4명은 아프간인이고 2명은 말레이시아인이다. 탈레반은 이들을 신문 중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번 자살폭탄 테러를 IS의 한 분파인 IS-K 소행으로 보고 있다. 모하메드는 “IS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만큼 터프하지 못하다”며 “우리는 나토 36개국을 무찔렀다. 우리는 어디서든 IS를 체포해 사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IS를 향해 경고를 보냄과 동시에 미국은 이번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도 기자회견에서 IS-K에 대한 미군의 드론 보복 공습을 두고 “아프간 영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아프간은 이제 탈레반이 장악했으니 끼어들지 말라는 것이다.
탈레반과 IS 모두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지만 앙숙 관계라고 외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17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이번 자폭테러는 미국이 아니라 탈레반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아프간 주재 러시아대사 드미트리 지르노프는 28일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탈레반과 다에시(IS를 낮춰 부르는 별칭) 사이엔 화해할 수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아프간을 통제하고 있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탈레반이라면서 “공항 테러는 탈레반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히는 것”이라고 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통치할 만한 세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다. 그는 “이 때문에 탈레반이 IS를 가혹하게 사냥하고 끝내버리려 할 것”이라고 했다.탈레반은 새 정부 구성을 서둘고 있다. 아프간 매체 톨로TV는 탈레반이 26일 테러 발생 이후 미군으로부터 카불 공항 출입구, 군사구역 관문 등 3곳의 통제권을 넘겨받았다고 29일 보도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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