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의 신장을 뇌사자에게 이식했다 - BBC News 코리아

5시간 전

미국의 외과 의사들이 돼지 신장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이 사례가 앞으로 '이식 장기 부족'이라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이번에 이식을 받은 환자는 회복 가능성 없이 보조 장치로 생명을 유지하던 뇌사자였다.

신장은 유전자 변형 돼지에서 추출했다. 수혜자의 신체가 장기를 "이물질"로 인식해 거부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번 수술에 대한 연구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고 학계 동료들의 검토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관련 절차 진행을 계획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지금까지 이 분야에서 진행된 실험중 가장 진보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영장류를 대상으로 유사한 실험이 진행됐지 인간을 대상으로 진행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돼지의 신체 기관을 이식에 이용하는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돼지의 심장 판막을 인간에게 이식하는 사례는 꽤 많다.

실제로 돼지의 장기는 크기 면에서 인간에게 잘 맞는다고 한다.

이번 이식 수술은 뉴욕대학 랭곤헬스 의료센터에서 2 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의사들은 돼지 신장을 뇌사자의 혈관에 연결했고, 정상적으로 기능하는지 살펴봤다.

그리고 신장의 기능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이틀반에 걸쳐 수많은 정밀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를 주도한 로버트 몽고메리 박사는 BBC에 "검사 결과 신장은 인간의 장기를 이식했을 때처럼 활동했고, 보통의 인간 신장이 하는 기능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신장은) 정상적으로 작동했고, 거부반응도 없어 보였습니다."

의사들은 돼지 가슴 부위 흉선 일부도 신장과 함께 이식했다. 이 부위가 면역세포를 제거해서 인간의 신체가 장기적으로 돼지의 신장을 거부하지 않게 해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몽고메리 박사는 이번 이식 연구가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장기 이식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해법은 꽤 긴급한 해결 과제라고 말했다. 사실 몽고메리 박사 역시 심장 이식을 받은 바 있다.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다른 누군가가 죽어야 하는 전통적인 장기 이식 패러다임은 지속될 수 없습니다."

그는 또 "이러한 이식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는 것은 이해한다"면서도 "현재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의 40%가 이식 수술을 받기 전에 사망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돼지를 식량으로 사용합니다. 그러면서 판막이나 약물 등 의학적 용도로도 돼지를 사용하죠. 이런 면에서 돼지의 장기 이식도 그렇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에 따르면 돼지의 장기 이식은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이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는 "(이번 연구로) 돼지의 장기를 치료 관점에서 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새로운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수술에 앞서 수혜자 가족의 동의를 받았다. 이들은 스스로 장기 기증자가 되고 싶어했었다.

FDA는 이번 수술에 유전자 변형 돼지의 장기를 사용하는 것을 승인했다.

몽고메리 박사는 10년 안에 심장과 폐, 간과 같은 돼지의 장기들이 이식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사용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영국 건강보험공단(the National Health Service in England) 소속 마리암 호스라비 박사는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 이식하는 것은 수십 년동안 학계에서 연구해온 주제"라며 "이번 연구를 진행한 이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은 크게 흥미로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윤리적 측면에 대해서는 "이식이 가능하다고 해서 이식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공동체 전체가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더 많은 기증자를 확보하는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런 형태의 이식 수술이 보편화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죠."

"연구자들과 임상의들은 지속적으로 장기기증이 필요한 환자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장기 기증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그들의 가족들 역시 장기 기증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이해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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