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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전 대통령. © News1 자료 사진 |
브라질 대법원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내년 선거 재출마를 가를 표결에 들어갔다. 전날 에드슨 파친 대법관이 원심을 무효 판결한 데 따라, 사건을 기각할지 관할 법원으로 되돌려보낼지를 정하는 것이다. 기각되면 룰라 전 대통령은 1년 7개월 남은 대선에 매진할 수 있지만, 파기환송으로 재심에 들어갈 경우 막판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송사가 이어질 전망이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엘파이스 등에 따르면 지우마르 멘데스 대법관은 이날 룰라 측 변호인단이 원심에서 유죄를 판결한 세르지우 모루 전 판사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한 사건에 대한 표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대법관 5명이 화상으로 참여했고, 한 대법관이 검토 시간을 추가 요청해 표결 날짜를 다시 잡기로 했다. 이날 화상 심리는 온라인으로 생중계돼 전국민의 관심을 모았다.
전날 파친 대법관은 단독으로, 룰라 전 대통령에게 실형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모두 취소했다. 원심을 주재한 남부 쿠리티바 법원은 룰라 전 대통령의 부패 혐의에 대해 판결할 권한이 없고 관할권은 브라질리아 연방 법원에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결정에서 룰라 전 대통령의 유무죄나 모루 전 판사의 공정성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번 표결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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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상파울루 한 건물에 2021년 3월 8일 '룰라에게 공정한 재판을'이라는 지지 메시지가 걸려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우선 대법관들이 사건을 기각 결정하면 룰라 전 대통령은 단숨에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재선을 위협할 대선주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2003~2011년 브라질은 물론 남미의 '핑크타이드(좌파 물결)' 시대를 이끌며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그의 2018년 3선 출마를 저지한 것이 바로 이번 사건의 유죄 판결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파친 대법관의 단독 판결이 확정돼 사건이 브라질리아 연방 법원으로 파기환송되면 대선을 앞두고 또다른 유죄 판결 가능성을 열어두게 되는 것이다.
모루 전 판사의 공정성 여부를 두고 브라질 사법부는 더 깊은 고심에 빠졌다. 모루 전 판사는 룰라 전 대통령에게 실형을 선고한 이듬해 보우소나루 정부 법무장관으로 입각했다. 현재는 장관직에서 물러났지만, 그의 정치 생명 또한 이번 판결에 달려있다. 룰라 전 대통령 유죄 판결과 관련해 정부와 검찰, 법원이 결탁한 '사법농단' 의혹이 있는 만큼 모루 전 판사가 당시 편파적인 판결을 했다고 결정하면 사법부 신뢰도에 대한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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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왼) 브라질 대통령과 세르지우 모루 전 법무장관. 모루 전 장관은 2018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전 대통령의 부패 혐의에 실형을 선고한 이듬해 입각했다. © 로이터=뉴스1 |
룰라 전 대통령은 남미를 뒤흔든 2018년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 뇌물 스캔들과 관련해 수뢰 혐의로 유죄를 선고 받고 1년 6개월을 복역했다. 그는 자신의 사건이 정치적으로 기획됐다며 무죄를 주장했고, 대법원에 들어 불구속 상태로 상고심을 진행해왔다.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육군 대령 출신으로, 노동자당(PT)의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과 룰라 전 대통령 등 좌파진영이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위기에 빠진 2018년 '반부패 척결'을 기치로 당선됐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경제상황 악화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룰라 전 대통령이 이번 판결에서 혐의를 벗고 사법농단 피해자로 인식될 경우 돌아섰던 민심이 다시 좌파진영을 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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