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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보안법 위반했지" 홍콩 떨게한 '공포의 전화' 알고보니 - 중앙일보 - 중앙일보

홍콩에서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피싱을 저지르는 상당수가 지난해 통과된 ‘국가보안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지난해 통과된 국가보안법 악용
"나 중국 국가요원인데" 사칭 피싱 극성
홍콩 전년대비 보이스피싱 31% 늘어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국가 요원'을 사칭하는 이들이 홍콩 시민들에게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고 전화해 계좌 이체를 요구하는 방식으로 돈을 갈취하는 보이스피싱 사건이 최근 극성을 부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에서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피싱을 저지르는 상당수가 지난해 통과된 중국 ‘국가보안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AP=연합뉴스]

홍콩에서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데 피싱을 저지르는 상당수가 지난해 통과된 중국 ‘국가보안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AP=연합뉴스]

SCMP에 따르면 홍콩에서 '중국 국가 요원'을 사칭한 피싱범들에게 피해를 본 사람이 최소 15명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은 17~82세 등 연령대가 다양했으며 이 중에선 220만 홍콩달러(3억 2000만원)라는 거액의 피해를 본 여성(65세)도 있었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최근 ‘중국 국가 요원’을 사칭하며 지난해 7월 1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기 시작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추궁하며 돈을 갈취하는 보이스피싱 사례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를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홍콩 경찰 홈페이지에는 "공무원을 사칭한 전화 사기"에 대한 주의사항이 올라왔다. [홍콩 경찰 홈페이지]

홍콩 경찰 홈페이지에는 "공무원을 사칭한 전화 사기"에 대한 주의사항이 올라왔다. [홍콩 경찰 홈페이지]

피해자들은 공통으로 "당신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거나 "홍콩 독립을 옹호한 사실이 있느냐"는 추궁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혐의를 부인하면 범인들은 "무죄 입증을 하려면 돈을 내라"고 계좌 이체를 요구했다.
 
범인들은 "당신 휴대전화 번호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는 여러 활동에 사용되었다"면서 겁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범인이 피해자에 "휴대폰 사라"며 입금하기도

 
피해자 중 한 명인 찬(71·은퇴)은 지난달 "당신은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추궁하는 자칭 ‘중국 국가 요원’의 전화를 받았다. 
 
그는 찬의 홍콩 신분증 번호까지 갖고 있었다. 당황한 찬은 두려움에 휩싸였다. 자칭 국가 요원은 찬의 사진과 함께 경찰 공무원증, 법원이 발부한 체포 영장도 찬에게 보여줬다. 체포 영장은 위조된 가짜였지만 찬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일당은 찬을 안심시키기 위해 4만 홍콩달러(580만원)를 먼저 찬의 계좌에 입금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였다. "우리와 연락하려면 휴대전화를 새로 사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여기에 드는 돈을 미리 보낸 것이다. 
 
이렇게 찬에게 신뢰를 준 자칭 ‘중국 국가 요원’은 "해당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다"면서 "9만 홍콩달러(1300만원)를 새로운 계좌로 이체한다면 무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찬은 “그들이 나를 도와주는 것처럼 느껴졌다”면서 “이 사건은 기밀이라고 당부하길래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찬은 자녀 없이 홀로 지내고 있다.  
 
하마터면 사기를 당할 뻔했던 그를 구해준 것은 창구에서 그를 맞아준 은행원의 기지였다. 9만 홍콩달러를 인출하려는 찬을 이상하게 생각한 은행원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다. 찬은 “내가 멍청했다”라며 후회했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올해 홍콩에서 보이스피싱 피해는 전년동기 대비 31% 늘었다. [트위터]

홍콩 경찰에 따르면 올해 홍콩에서 보이스피싱 피해는 전년동기 대비 31% 늘었다. [트위터]

올해 1~2월 홍콩에서 보이스피싱 피해로 신고된 전체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 급증했다.    

 
홍콩에서 개인 중에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금액은 2억 5000만 홍콩달러(360억원)로, 홍콩 최고 부촌 빅토리아 피크에 거주하는 90대 노인이 지난해 8월~올해 1월까지 보이스 피싱을 당한 것이다. 이 역시 중국 국가 요원을 사칭해 피해자의 개인 정보가 범죄에 악용되었다고 피해자를 속여 돈을 갈취한 사건이다. 
 
서유진 기자·장민순 리서처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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