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등 고아 실태 연구논문
코로나 사망자 두 명 발생 때마다
보호자 중 한명 잃은 어린이 생겨
인도·브라질·멕시코·미국 등 많아
“몇 세대까지 영향 지속도리 문제”
연구팀 “백신 공평한 보급 시급”
경제·교육 등 종합 지원대책 필요
지난 6월6일(현지시각),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다드리에서 코로나19로 약 한달 전 숨진 라비 쿠마르의 사진을 큰딸이 들고 있다. 가족 중 경제활동을 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던 쿠마르가 숨지면서 부인과 자녀 4명은 전망이 불안한 미래와 마주하고 있다.
인도의 보팔에 사는 6살짜리 쌍둥이 자매 트리프티와 파리(가명)는 지난 3월 어느 날, 밤사이에 숨을 거둔 어머니 옆에서 잠을 깼다. 아버지가 코로나19로 숨진 지 사흘 만에 어머니도 잃은 것이다. 단 며칠 사이에 고아가 된 자매는 “부모님이 곧 집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하는 외삼촌 집에서 지내고 있다. 그들의 외삼촌은 “아직은 진실을 말하기 싫다…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라고 <알자지라> 방송에 심경을 털어놨다. 인도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부모를 빼앗긴 아이들은 이 쌍둥이 자매만이 아니다. 지난 4월 최악의 위기를 맞으면서 누적 사망자가 42만명을 넘어선 인도 곳곳에서 벌어지는 비극이라고 아동 인권 활동가들은 지적한다. ‘코로나19 고아’ 지원 전화를 개설한 보안 전문가 아칸차 스리바스타바는 “(공식 사망 통계가 있지만) 실제 코로나19 사망자가 몇명인지,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고아가 됐는지는 정확히 알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코로나19가 많은 고아를 만들어내는 비극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세계은행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이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연구팀 등의 학자들과 함께 구성한 ‘코로나19 충격을 겪은 아이들에 관한 글로벌 준거 집단’은 최근 국제학술지 <랜싯>에 지구촌 코로나19 관련 고아 실태를 연구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4월 말까지 코로나19 감염으로 부모 중 한명 이상을 잃은 18살 이하 전세계 청소년이 11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함께 사는 조부모나 가까운 친척 등 간접적인 보호자를 잃은 경우까지 포함하면, 피해 청소년은 156만여명으로 늘어난다. 이 기간 전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억4500만명이었으며, 코로나19 감염증 사망자는 300만명 수준이었다. 연구자들은 전세계 코로나19 사망자의 77%가 발생한 21개국의 성인 사망자 비율 등을 분석해, 코로나19 사망자가 두명 나올 때마다 보호자 중 한명을 잃는 어린이가 한명씩 발생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고아 또는 한부모 가정 청소년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경고다. 연구자들은 청소년 인구 대비 성인 보호자의 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는 페루로 청소년 1천명당 10.2명이 숨진 것으로 분석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5.1명), 멕시코(3.5명), 브라질(2.4명), 콜롬비아(2.3명), 이란(1.7명), 미국(1.5명), 아르헨티나(1.1명), 러시아(1.0명)도 보호자의 사망률이 높은 나라로 꼽혔다. 연구팀은 논문과 별도로 7월19일까지 추산한 자료에서, 한명 이상의 부모를 잃은 청소년이 많은 나라는 인도(22만7천여명), 브라질(15만2천여명), 멕시코(14만3천여명), 미국(11만여명), 남아공(10만1천여명)이라고 밝혔다. 부모를 잃은 한국 청소년은 33명으로 추산됐다. 이는 세계 평균치(사망자 두명당 청소년 한명)를 적용했을 때의 1천명 수준(이날 현재 사망자는 2059명)에 비하면 아주 적은 규모다. 중국과 일본은 각각 452명과 549명이며,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각각 9310명, 4336명, 1749명으로 추산됐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부모를 한명 이상 잃은 청소년 수는 전세계 15~50살 인구 중 코로나19 사망자 수보다 더 많은 규모”라며 “부모 가운데 아버지를 잃은 청소년이 어머니를 잃은 청소년보다 2~5배가량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로라 롤링스 세계은행 경제학자와 수전 힐리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기술 고문은 세계은행 홈페이지에 쓴 글에서 “코로나19 위기가 남길 피해 가운데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겪을 경제적, 심리적, 발달 측면의 충격은 몇 세대까지 그 영향이 지속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코로나19라는 판도라의 상자에서 빈곤, 영양 부족, 가족들과의 이별, 학업 중단, 우울, 폭력, 조기 (강제) 결혼 등 온갖 비극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청소년에게 끼칠 장기적인 악영향을 줄이기 위한 긴급 대응을 촉구했다. 연구팀은 ‘어린이: 감춰진 대유행 2021’이라는 별도의 보고서를 내고, 고아 발생을 막을 최선책은 부모를 보호하는 것인 만큼 코로나19 백신의 전세계 공평한 보급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코로나19 감염자 격리에 따라 보호자 없이 남겨질 아이들에 대한 긴급 돌봄 지원팀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에 대한 종합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과거 국제기구 등의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 경험 등을 볼 때 △현금 지급 등 경제적 지원책 △아동의 정신 건강과 폭력 방지를 위한 부모 지원 △아동들이 학업을 중단하지 않도록 해줄 교육 지원책 등 세가지가 핵심 대책이 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대유행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사태지만 인류는 에이즈나 에볼라 바이러스 유행에 대응한 경험이 있다”며 과거 경험을 적절히 활용한 대응책 마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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