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2일 어업지도 업무 중 실종돼 북측 해역으로 넘어갔던 우리 공무원을 해상에서 취조한 뒤 총격을 가해 살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엽기적인 행각으로, 생명과 인권을 무시하는 북한 체제의 천인공노할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당시 53세)씨가 북한 초병의 조준 사격을 받고 사망한 지 12년 만에 훨씬 잔인한 살인극이 재연된 것이다.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공무원 A씨는 21일 오전 11시 30분 소연평도 앞바다의 어업지도선에서 근무하다 실종됐다. A씨는 다음 날인 22일 오후 3시 30분쯤 북한 등산곶 앞바다에서 북한 순시선에 발견됐다. 북한군은 바다에 표류해 기진맥진해 있는 A씨를 배에도 태우지 않은 채 월북 경위에 대해 취조했고, 6시간 뒤 지휘부의 사살 지시를 받고 그 자리에서 총을 쏴 살해했다. 이후 방독면을 착용한 군인들이 사체 위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다.
북한이 최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국경 지역에 접근하는 사람과 동물을 무조건 사살하라는 방역 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해상에서 표류하는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바이러스 대하듯 다루다 사살했다. 장례 절차도 없었고 시신의 행방도 파악되지 않는다고 군 당국은 밝혔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은 “전쟁 중에도 비무장 민간인은 죽이지 않는다”며 “위험에 빠져 있는 민간인을 구조하지 않고 총부터 바로 쏜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문명 국가에선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북한에선 서슴없이 자행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 정부의 남북 대화와 인도적 지원 제안을 계속 무시했고, 올해 6월에는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했다는 이유로 세금이 300억원 이상 들어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번 피살 사건으로 북한은 우리 정부와는 아무것도 함께하기 어려운 집단임이 재확인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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